해리장애(dissociative disorders)
해리(dissociation)란 자기 자신, 시간, 주위환경에 대한 연속적인 의식이 단절되는 현상을 말하며, 해리장애는 기억, 행동, 의식 및 자기 정체감의 통합적인 기능에 갑작스러운 이상을 나타내는 장애이다. 해리는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경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으나, 해당 현상이 지나치거나 부적응적인 양상으로 나타날 경우 해리장애라고 한다.
DSM-IV(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는 해리성 기억상실증, 해리성 둔주, 해리성 정체감 장애, 이인증 장애 4가지 하위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1. 해리성 기억상실증(dissociative amnesia)
해리성 기억상실증(dissociative amnesia)는 중요한 과거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하며, 이러한 기억상실은 단순한 건망증이나 망각으로 설명하기에는 그 정도가 광범위하고 일반적으로 충격적인 사건이나 내면적인 고통을 경험한 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해리장애는 대부분 충격적인 사전이 계기가 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한 형태로 간주하는 학자들이 있다.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억압과 부인의 방어기제를 통해 경험내용이 의식에 이르게 되지 못한 상태를 해리성 기억상실증이라고 본다. 또한 행동주의적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환경 자극을 회피하기 위해 기억상실행동이 학습 및 강화되었다고 주장한다.
해리성 기억상실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치료 또는 최면치료가 적용되기도 하며, 심리치료를 통해 정신적 충격 등을 완화시켜 주면 기억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2. 해리성 둔주(dissociative fugue)
해리성 둔주(dissociative fugue)는 갑자기 방황을 하거나 일상적 주거지를 떠나 이리저리 헤메며 이에 대한 기억상실을 나타내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둔주상태가 짧게는 수시간, 길게는 수년간 나타날 수 있으며 자신의 과거나 정체성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상실하고 다른 곳에서 새로운 신분 및 직업을 갖고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해리성 둔주는 대체로 해리성 기억상실증과 동일하나 자신에게 고통스러운 감정을 유발하는 환경을 벗어나서 자기정체감의 상실까지 수반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심각한 장애이다.
해리성 둔주는 고통스러운 환경의 자극을 피하기 위해 학습된것으로 보고 있다. 해리성 둔주의 치료는 기억회복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자발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고 심리치료와 최면치료 등이 기억회복에 도움이 된다.
3. 해리성 정체감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해리성 정체감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는 한 사람 안에 각기 다른 둘 이상의 다른 정체감을 지닌 인격이 존재하는 경우를 말하며, 과거에는 다중인경장애로 불리기도 했다. 각각의 인격은 다른 이름, 과거경험, 자아상, 정체감등이 각기 다른 모습을 갖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자신의 연령, 어휘나 상식, 심지어 목소리에서도 서로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기억에 있어 빈번한 공백을 경험하며 의식에 나타나는 인격의 변화는 보통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에 의해 일어난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아동기의 외상 경험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많으며, 해당 장애의 환자들은 실제로 아동기에 신체적, 성적 학대를 경험한 경우가 매우 많다. 개인이 외상적 경험을 할 경우 일부의 하위 인지체계가 다른 인지체계와의 연결이 두절되어 고립된 상태에서 기존의 현실적 경험과는 다른 독자작인 자기의식, 기억,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즉 독립적인 정체성을 가진 여러 인지체계가 분리된 상태에서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의 주된 치료 목적은 여러 인격 간의 통합을 통해 적응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심리치료를 주로 사용한다. 그동안 상실된 기억을 회복하여 조각난 것들을 모아서 새롭게 형성된 인격의 통합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4. 이인증 장애(depersonalization disorder)
이인증 장애(depersonalization disorder)는 자신이 평소와 달리 매우 낯선 상태로 느끼는 이인증이나 외부 세계가 달라졌다고 느끼는 비현실감을 호소하는 경우를 말한다. 자기와 세상에 대해서 평소와 다른 지각경험을 하게 됨으로써 현실감각이 일시적으로 손상되는 장애이나, 현실검증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인증을 독립된 하나의 장애로 경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과 관련된 증상으로는 종종 보고되고 있다. 이인증의 경험은 몇 초로부터 길게는 몇 년까지 다양하며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인증 장애는 신경에너지의 감소로 현실감이 약화되어 생긴다고 보고 있으며,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자신과 현실을 실제가 아닌 낯선 것으로 느낌으로써 불안을 유발하는 의식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방어적 기능을 한다고 본다. 또한 이인증은 자신의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을 부인함으로써 수용할 수 없는 자기 정체감들이 방어하려는 노력이라고 보는 주장도 있다.
이인증 장애의 치료는 심리치료를 통해 이러한 증상에 대한 통제를 할 수 있도록 도와 외상적 기억들을 정화시키는데 중점을 준다. 또한 간헐적으로 이인증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약물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